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다시 품에 넣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의지를 높이고 있다. 이와 비교해 요즘 동부제철 채권단 행보를 보면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동부제철 채권단이 당진공장 전기로 설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카베스틸(Kaveh Steel)을 선정했다. 헐값 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번 소식은 사실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최근 채권단 발(發)로 나온 동부인천스틸과 동부제철 당진공장 통합 이후 매각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사실은 차원이 다르다. 채권단은 당초 경영 정상화보다 매각을 목적에 뒀다는 게 회사 및 업계의 전언이다. 이를 보면 이제 와서 놀랄 만한 팩트는 아니다. 이미 여러 보도도 나왔다.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무엇보다 채권단은 매각 대신 경영 정상화와 회생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작년과 올해 철강업계는 다른 산업과 달리 ‘개선’ 이상의 실적을 냈다. 내년이면 공급과잉 우려를 넘어 글로벌 철강업계 전반이 안정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스틸프라이스 김종혁 기자

실제 중국의 구조조정 효과는 글로벌 전역에 긍정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쟁력 없는 설비 퇴출 등의 구조조정과 산업고도화가 핵심이다. 이는 글로벌 철강 가격 상승에 밀접히 연결됐다. 철강사들은 공급을 효율적으로 조절,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메카니즘을 만들어 냈다.

국내 철강기업 역시 같은 맥락의 체질 개선을 상당히 진전시켰다. 동부제철은 전기로 가동중단 직후부터 대폭적인 실적 개선, 2년 연속 흑자를 끌고왔다. 채권단이 매각만이 유일한 해법인냥 몰두하는 것은 이제야 다가 온 회생과 재기의 기회를 단칼에 베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부제철을 애초부터 매각으로 결론지어 놓는 것은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재도약 측면에서 실기(失期)하는 것과 같다.

일각에서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여전히 동부제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채권단과의 협약서상에도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 회장이 동부를 다시 품으로 들일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수차례 시도, 그룹 재건에 혼신을 쏟는 것을 보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동부제철이 그룹에 다시 편입될 때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를 생각해 볼 만하다.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5년 뒤인 2014년에 졸업했다.

채권단 발로 나온 동부인천스틸과 당진공장의 통합 이후 매각한다는 방향도 문제가 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은 이미 실사를 통해 인수시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 적절한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공급과잉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해외에서 임자를 찾자면 또 다시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실업자 양산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그에 앞서 각종 매각설(說)에 멍든 동부제철은 국내외 고객사와의 거래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채권단의 바람직한 방향 재설정과 발표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공장의 통합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설비 이전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존 성능을 발휘할 지 불투명하다는 게 현재 전문가 및 동부제철 내부의 결론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설비가 그 자리(인천공장)에 있으면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설비 이전과 재설치 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근래 시장에 알려지고 있는 국내 기업의 인수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물망에 오른 기업은 동국제강, 세아씨엠 정도다. 이 경우 인수 검토 대상은 컬러강판 주력 공장인 동부인천스틸이다. 인수가 현실화된다면 동부제철에는 당진공장만 남는다. 주력인 컬러사업이 빠지고 냉연 아연도 석도 일부만으로 살림을 꾸려야 한다.

사실상 차 포를 뗀 셈이여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쪼그라든 사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당진도 매각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데 주력 사업이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는 매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 전체 철강산업을 볼 때 중국산 대응도 매우 취약해 질 수 있다. 시장 지배력이라는 것은 보통 점유율을 놓고 얘기한다. 그 이면에는 한 기업의 영업력, 전략, 고유의 경쟁력 등이 모두 녹아있다.

동부제철은 동국제강과 컬러시장 양축을 맡아 경쟁을 통한 성장을 해왔다. 중국산 유입이 본격화된 와중에도 각기 색깔대로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놨다. 동부제철은 또 석도강판 시장 1위로, 국내 선두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혼란의 시기를 오히려 좋은 실적으로 건너뛰었다. 이제 재기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것인지 필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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