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마이’라는 삼성전자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었다. 한 때 학생들 사이에서 졸업 선물 ‘0’순위로 꼽혔다. 요즘 스마트폰 테블릿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 정도가 아니었을까.

일본 소니나 파나소닉 브랜드는 왠지 더 있어 보이기도 했다. 당시 ‘Made in Japan'이라는 문구는 개인취향의 만족감을 떠나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워크맨‘이라 불렸던 이들의 상품은 1980년경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먹거리를 책임진 효자가 됐다. 시대를 주름잡던 강자들도 경쟁사들의 혁신과 도전에 당해낼 재간은 없었지만 말이다.

확고한 신뢰로 쌓은 국적 혹은 브랜드들의 생명력은 그만큼 강하다. 마케팅에는 더할 것 없는 힘의 원천이다.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자동차강판이 꼭 그렇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면서도 고수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그 생산기업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상징이다. 아르셀로미탈 바오우그룹 등 글로벌 ‘톱’ 기업들이나 심지어 전기로 업체인 US스틸까지. 차강판에 대한 관심은 견줄 대상이 없다.

글로벌 시장에 ‘Made in Korea' 차강판은 얼마나 깊게 뿌리를 내렸을까.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연결된 공급망, 기술력은 이미 ’톱‘ 반열에 올라있다. 전세계 800여 개 철강사 중 20곳 정도가 차강판을 생산하는 데 우리나라에만 포스코 현대제철 2곳이 이름을 올려놨다.

포스코는 글로벌 상위 15개사에 차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종류만 해도 기가스틸 트윕강 HPF 등 30여개에 이른다.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2015년 여름 현대하이스코(現 현대제철 차강판부문) 인수한 이후 불과 2년 내에 만든 결과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기 다른 동력을 사용했다.

포스코는 이구택 전 회장 시절 시작된 EVI(early vendor Involvement) 활동이 권오준 회장 체제에 들어 더 많은 고객가치와 감동을 실현하겠다는 솔루션마케팅으로 진화, 급격한 투자와 확장이 전개됐다. 국내 외자 기업인 쌍용차(인도 마힌드라), 르노삼성(르노닛산얼라이언스), 한국지엠(GM)은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됐다. 이는 해외에서 신뢰의 기반이 됐고 마케팅 활동에 힘을 한껏 실었다.

현대제철은 그룹사인 현대차, 기아차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글로벌 완성차들의 격전지인 미국 유럽을 비롯,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와 동남아 등 사세를 뻗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렵다. 차강판 가공공장인 스틸서비스센터는 이미 둥지를 틀었다.

양사의 시너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일어났다.

포스코는 국내 유일한 고로 경쟁사로 등장한 현대제철로 인해 국내 외자 완성차 기업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차강판 독점 공급자였던 포스코의 위기감은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이미 글로벌 기업인 현대기아차와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해외 차강판 시장에 빠른 속도로 진입했다. 여기에는 글로벌 시장에 먼저 도로를 닦아놓은 포스코의 후광 효과도 없지 않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차강판=‘Made in Korea'’이라는 뿌리를 보다 깊고, 강하게 내리고 있다. 어느 한 기업의 힘으로 이뤄내기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세계무대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포스코, 완성차를 계열사로 둔 현대제철은 차강판 시장의 트렌트세터(trend setter)가 되기에 충분한 토양을 가졌다. 가능한 협력안을 찾아낸다면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 고위 임원은 “중국 바오우그룹(바오산 우한 합병사)의 성장과 변화는 과거와 차원이 다른 분명한 위협”이라고 했다. 제2, 제3의 바오우그룹 탄생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희망을 가질 뭔가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지...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공동으로 브라질에 해외 첫 합작품인 CSP 제철소를 들여놨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해외공장 합작은 어떤가. 적자생존 차원의 경쟁상대가 아닌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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