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많이 취하려는 것은 장사치의 상술일 뿐이다"

국내 수요는 바닥을 기었고 수출은 무역분쟁으로 긴장감이 극도에 달했다. 허나 자신감이 있었다. 내수는 20%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수출은 무려 50~70%나 폭증했다. 세아그룹 양축인 세아베스틸과 세아제강 얘기다. 그동안 꾸준히 쌓은 기술력과 글로벌 인프라, 임직원의 노력이 일체가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세아베스틸은 2017년 한 해 내수에서 1조566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출은 3283억 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14.4%, 49.3%나 늘었다. 특히 50% 가까이 늘린 역대 최대급 수출은 추종을 불허할 성과다. 현대제철의 자동차용 특수강 시장 진입이 세아베스틸에 충격을 가할 것이란 세간의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불과 2년 새 독일 및 미주, 인도 등 총 6개국에 판매거점을 확보했다. 내부의 위기감 긴장감이 어느 정도였을지 감히 짐작할 수 있다.

김종혁 기자

완벽한 체질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의 전략적 행보가 이를 암시한다.

세아베스틸은 2일 세창스틸 지분 35%를 인수,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세창은 자동차용 무계목강관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거의 100%를 수출하는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에 비해 부채비율이 400%가 넘고 작년 적자로 전환되는 등 경영부담이 가중됐다.

세아베스틸은 독자적 길을 선택하기보다 전략에 맞는 기업과 협업을 통한 시너지에 주목했다.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세창에 경영관리기법을 전수하는 동시에 공동 개발을 추진, 무계목 강관에서도 상급으로 치는 베어링강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세창은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경영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를 잡았다. 앞서 3월 세아베스틸은 일광금속과 동반성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시장을 공동개척하자는 게 핵심이다. 일광 역시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해외에서 올리는 수출 주력기업이다.

세아베스틸의 전락방향에 일치할뿐더러 중소대기업간 동반성장의 대표 사례로도 손색이 없다.

그룹의 또 다른 한축인 세아제강은 이미 미국 현지 강관사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2017년 내수에서 5461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수출은 771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내수는 23.4%, 수출은 71.4% 폭증했다. 수출 비중은 2016년 50.4%에서 58.5%로 대폭 높였다. 작년 판재사업 주력인 세아씨엠을 분리해 강관에 전념한 효과도 있었다. 올해는 다시 세아제강지주(투자총괄)와 세아제강(제조기업)으로 분할을 결정했다.

오는 7월 세아제강지주가 출범하면 세아그룹은 이제 세아홀딩스가 이끄는 특수강 계열과 세아제강지주를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두는 탄소강(강관 및 판재) 2개 부분으로 나눠진다. 이태성-이주성 3세 경영인 체제로의 전격 전환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세아그룹은 '혼돈의 시대’로 정의된 최근 3년을 완벽한 체질 변화의 기회로 삼았다. 가장 역동적인 변화가 있었던 기업으로도 평가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몇 몇 대기업 그룹이 국내 철강산업의 코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이 급변하는 만큼 지배구조에서부터 실제 경영, 협력사와의 관계 등에서 변화가 없으면 위기는 일시에 언제라도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선두기업이라는 의미는 외형은 물론 여러 측면에서 뒤집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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