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후보를 8명으로 압축했다. 정치권 영향에서 탈피한, 향후 50년 성장기반을 만들 적임자를 선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스코 역사상 가장 객관적인 검증이 추진된다. 그런 면에서 정부와 업계, 관련 산업이 어떠한 인물을 원하는 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포스코가 국내에서 절대적 시장 지위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김종혁 기자

8일 열린 19회 철의 날 행사에서 정부와 업계가 하나 같이 내비친 뜻은 의미가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패러다임이 산업생태계 경쟁으로 옮겨간 가운데 상하공정 및 수요산업간 배타적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권오준 회장께서 업계가 항상 어렵다 어렵다고 하는데 언제쯤 좋아지겠냐고 하셨다. 그런데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대화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인환 포스코 사장은 해외 출장 중인 권오준 회장을 대신한 건배 제의를 통해 “극복하기 만만치 않다”며 “일치 소통 화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두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백 장관이 적시한 상하공정간 배타적경쟁은 특히 주목할 포인트다. 업계 갈등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업계 몇 몇 인사들은 정부가 상하공정간 배타적경쟁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약하게나마 긍정적인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하공정은 포스코처럼 고로를 보유한 업체와 여기서 열연 소재를 조달해 제품을 생산하는 동국제강 세아제강 동부제철 등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상공정인 포스코와 하공정 업체 간의 상황은 어떻게 다를까.

1분기 주요 철강사 20곳의 경영실적을 살펴본 결과, 전체 평균은 8.1%(개별기준)로 집계됐다. 포스코는 이보다 5.0%p 높은 13.1%를 기록했다. 포스코를 제외하면 3.6%로, 격차는 9.5%p나 벌어졌다.

이익규모는 포스코가 1조159억 원으로 전체(1조3188억 원) 77%에 달한다.

이익의 양극화 포스코 쏠림현상은 매우 심화돼 있다.

이에 비해 포스코 열연 대형 고객사인 동부제철은 적자로 전환됐고 동국제강은 0.8% 이익률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등 월드프리미엄 제품과 특히 절대적 지위를 갖는 열연 판매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남긴다. 하공정 제품을 만드는 나머지 업체들은 열연 등 소재 가격에 따라 이익이 좌우된다. 요즘같이 제품 시장이 어려울 때 더 그렇다.

단적인 예로 포스코는 1분기 열연 가격을 5만 원 올렸다. 냉연도금재는 2~3만 원 소폭 인상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동국제강 동부제철은 열연 소재를 5만 원 높은 가격에 사서 냉연도금재는 2만 원밖에 올려 팔지 못했다.

원가경쟁력이 높은 포스코는 같은 냉연도금재 시장에서 수주를 더 많이 하면서도 이익 실현이 충분히 가능했다. 나머지는 정반대로 판매와 이익이 함께 쪼그라들었다.

포스코는 열연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면서 냉연도금재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게 됐다.

업계는 이를 배타적경쟁의 대표 사례로 지적한다.

포스코는 또 국내외 계열사로부터 매출의 절반 가량을 챙긴다. 2017년 개별기준 포스코 매출은 총 28조5538억 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로부터 일으킨 매출은 12조6850억 원으로 44.4%에 달했다.

계열사는 어떨까. 대표적으로 포스코강판의 이익률은 올해 1분기 0.5%에 불과했다. 포스코강판은 동국제강 동부제철처럼 아연도강판 칼라강판을 생산하기 위한 소재를 포스코에서 조달한다.

포스코는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통해 이익을 최대화하고 있다. 

대외 경쟁 상황은 만만치 않다. 중국은 고도화를 추진,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상위 기업들은 획기적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충분한 이익을 실현, 곳간도 빼곡히 쌓아야 하고 '돈'이 되는 신사업도 맹렬히 추진해야 할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앞 뒤를 살필 여력은 사실 없다. 좀 더 인간적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앞에 둔 핵심 간부급들이 본인 임기 때의 실적 추락을 눈 뜨고 볼 수 없는, 용납하기 어려운 부담이 작동하고 있을 법하다.

전세계 최고인 13%의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부담이 크겠는가.

그렇다고 한국 철강산업을 포스코 쏠림현상이 심한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백운규 장관이 지적한 배타적경쟁은 '포스코 vs 기타 등등'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주주가 과반 이상인, 사실상 외국계 기업이 돼 버린 '글로벌 포스코'만이 남게 될 것이란 극단의 상상은 이미 업계에 공공연히 도는 얘기다.

배타적경쟁을 넘어 우유철 부회장 오인환 사장까지 공감한 유기적 협력과 대화와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이는 한국 철강산업이 최우선으로 풀어야할, 특히 포스코 차기 회장이 경영에 염두해야 할 포인트다.

저작권자 © 스틸프라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