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 스틸프라이스 전문위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동시에 구속됐다. 공정위는 재벌과 기업에 서슬 퍼런 칼을 휘둘러 ‘경제 검찰’로 불린다. 7대 권력기관 중 하나인 기관의 전직 수장들이 구속된 것이다. 검찰은 또 다른 두 명의 전직 위원장도 추가로 소환하고 있다.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이다. 이러다 자칫 역대 공정위 위원장들이 줄줄이 구속될 지경이다.

공정위는 1981년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의 혐의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퇴직 간부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대기업에 취업을 알선했다는 것이다. 고급 인력을 기업에 소개하고 대가를 받는 인력소개업자를 ‘헤드헌터(head hunter)’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공정위 수장들이 대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헤드헌터 역할을 한 꼴이다.

물론 헤드헌터는 기업에 인력을 추천하면서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공직자윤리법을 피하려고 ‘경력 세탁’이라는 꼼수를 사용했다. 재취업한 퇴직 간부들은 기업에서 괜찮은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자리를 후임 퇴직자에게 대물림까지 했다고 하니 그들의 단결력에 감탄이 나올 정도다. 2016년 행정고시(재경직) 출신 수습사무관 성적 상위 10명 중 4명이 공정위를 지망했다고 한다. 이렇듯 공정위 인기가 좋아진 것은 퇴직 후에 로펌이나 대기업에 재취업하기 쉽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

경제 검찰인 공정위에 대한 수사는 진짜(?) 검찰이 진행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조사부’를, 공정위는 ‘기업집단국’을 각각 신설했다. 소속과 이름은 다르지만 두 부서의 목적은 거의 비슷하다. 두 부서는 기업 공정거래 사건을 다루는 수사 파트너이기도 하다. 일선 검사들은 공정위에 파견을 나가기도 한다. 그런 관계에 있는 공정거래조사부가 지난 6월 기업집단국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그동안 검찰과 협력했던 공정위는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에 멘붕이 왔을 것이다.

‘관(官)피아’는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말이다. 관피아는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에 관련 기업이나 기관에 재취업하여 인맥을 이용해 마피아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관피아라는 신조어가 나온 이후 온갖 관피아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사건으로 ‘공(公)피아’의 실체가 많이 드러나긴 했지만, 공정위 출신들의 로펌이나 대기업 재취업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은 공정위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기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법조 게이트’ 역시 전관예우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어떻게 보면 검찰은 ‘법(法)피아’ 사건을 이미 경험하고 교훈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대기업 직장인의 현실적인 퇴직 연령은 49.1세라는 통계가 있다. 공무원은 일반 직장인보다 퇴직 시기도 늦고, 퇴직 후에 행정사 같은 전문 자격증도 쉽게 취득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번 재취업 비리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100세 시대에 퇴직 후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수십 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쌓은 전문성과 노하우를 썩힌다면 그 또한 손해다. 법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그들의 대기업 재취업을 무조건 막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정위 출신 공무원들은 대기업에 재취업하여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미 대부분의 대기업은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기 위한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 출신 공무원들은 공정거래법의 실무 전문가들이다. 앞으로 그들이 불법적인 로비스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컴플라이언스 전도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공정위도 빠른 시일 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시장경제의 든든한 파수꾼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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