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냉연 ‘역전현상'..열연고가정책+냉연공생재 포스코 고객사 11개월 적자

국내 시장에서 열연과 그 하공정 제품인 냉연 가격 왜곡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생략재(이하 공생재)가 등장한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 됐다. 시장 절반의 점유율을 가진 포스코의 가격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열연 유통가격은 냉연(정품)과 같거나 공생재의 경우 더 낮은 역전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글 싣는 순서>

1. 포스코 수입대응재의 탈선
2. 저가(低價)의 유혹 “정품 탈을 쓴 대응재”

3. 시장의 왜곡 열연-냉연 ‘同價’…발목잡힌 열연거래고객

이번 조사는 자체조사와 메이커 및 유통(판매 대리점) 취재 및 자료협조 의뢰 등을 통해 반기 기준으로 포스코산 제품(공생재 포함) 및 냉연단압메이커 유통가격 등을 취합, 한중일 3국을 나란히 놓고 상하공정간 스프레드(격차)를 비교 분석했다.

올 상반기 기준 포스코는 열연 판매에서 톤당 20만 원이 넘는 이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연 원가는 평균 49만 원인 데 비해 판매 가격은 톤당 70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중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원가는 글로벌 철강전문지인 SBB 자료를 인용했다. 판매 가격은 국내 포스코산 수입대응재(GS400) 거래가 기준이다.

열연 원가와 판매 가격 간 격차는 2016년 상반기와 하반기 4만 원, 1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2017년 상하반기 11만 원, 13만 원으로 확대됐다.

제조원가는 2016년 상반기 39만 원에서 올 상반기 49만 원으로 10만 원 상승했다. 이에 비해 판매 가격은 43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27만 원이나 폭등했다.

같은 기준으로 올 상반기 중국은 13만 원으로 포스코보다 낮았고 일본은 25만 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중일 3국 모두 추세적으로 열연 이익폭이 확대됐다. 중국은 상해기준 유통가격, 일본은 동경제철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한국의 문제는 열연과 냉연 가격 왜곡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 포스코산 냉연 공생재 가격은 톤당 평균 69만 원으로 조사됐다. 열연보다 되레 1만 원 낮았다. 중국과 일본은 열연과 냉연 격차가 13만 원, 25만 원으로 크게 나타났다.

추세를 볼 때 한국은 작년 상반기 10만 원이던 것이 하반기 5만 원에서 축소됐고 올해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은 동일하게 격차가 확대돼 상하공정간 균형을 잡았다.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열연과 냉연 간 최소 격차마저 실종됐다. 이 같은 왜곡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포스코가 냉연 공생재 생산을 본격화 한 작년 하반기와 맞닿아 있다.

포스코가 열연은 이익을 많이 남기는 고가정책을, 비교적 판매경쟁이 심한 냉연은 점유율 확대에 중점을 둔 저가정책이 맞물려 만들어 낸 현상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열연 가격은 냉연보다 더 높게 올렸다. 단압메이커들이 원가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만큼 궁지에 몰린 이유다. 현재 한국과 같이 열연과 냉연 가격이 같거나 역전현상이 나타날 경우 냉연단압메이커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실제 포스코에서 열연을 구매하는 동국제강 동부제철은 최소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도 적자 수준의 판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여름철을 예로 들면, 단압메이커들은 생존을 위해 냉연재 가격을 톤당 3만 원 이상 올렸다. 포스코는 한달 늦게 냉연 가격을 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냉연사에 공급하는 열연마저 3만 원 인상을 단행하면서 냉연메이커들의 수익개선 활동을 제자리로 돌려놨다. 당시 포스코가 기준으로 삼는 중국 가격도 약세를 보이는 터여서 인상의 명분은 사실상 없었다.

업계는 포스코의 시장지배력이 백분 활용된 점유율 확대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냉연도금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냉연사들이 독자적인 가격 정책을 펼 수는 없다”면서 “포스코의 ‘열연 고가’ ‘냉연 저가’ 정책으로 작년 하반기 스프레드가 급격히 하락해 매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가 국내 유통 바닥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열연은 대응재, 냉연은 공생재가 선두에 서 있다”면서 “도입 취지는 저가 수입 대응이었으나 이미 단압메이커의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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