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약 보름 뒤에 그룹 개혁 과제를 발표한다. 포스코 내부로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구체적 방안이 제시될 전망이다. 전 세계 관심을 한몸에 받는 전기차 핵심 소재와 관련한 양극재 등 리튬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외부인사를 영입해서라도 신성장 사업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개혁 과제 발표 이후 조기에 대대적인 인사가 나올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기도 하다. 구체적인 비전 제시나 인사 및 조직개편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최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의 현상들이다.

최 회장은 ‘위드포스코(With POSCO)'를 타이틀로 내걸면서 사실상 개혁과제의 골격을 세상에 알렸다. 업계는 이를 토대로 ‘갑질문화’로 인식되는 거래 관행에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외부의 부정적 인식은 최 회장이 직접 챙기는 ‘러브레터’ 등을 통해서도 반영되고 있다.

최 회장 집권 이후 가장 최근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노조가 탄생했다. 외부의 갑질문화에 대한 비판과 내부의 자성 분위기가 확산, 연결된 것이다. 노조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평가 차이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게 박힌 상명하복 질서와 절대 권위에서 비롯된 불합리한 근무 등의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건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

포스코의 현재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최 회장 체제에서의 분위기 쇄신이다. 내부로는 변화의 시도, 외부로는 기대감에 기반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포스코와 관계된 어느 기업 혹은 누군가가 감히(?) ‘갑질’의 표현을 드러낼 것이며, 노조 탄생이 현실화 될 것으로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특히 최 회장의 행보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현 정부의 코드와 매우 닮아있다. 골자는 잘못된 과거 역사의 청산과 새로운 문화 정립, 그 근간에는 더불어 잘 살자는 철학 가치관이 담겨 있다. 성장을 위한 정책도 이 같은 큰 틀에서 수립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정부나 포스코가 가치로 세운 ‘위드포스코’는 함께 잘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개혁과제는 누군가에는 실망 혹은 희망이 될 수 있다. 또 비판 내지는 비아냥의 대상이 될 좋은 소재다. 핵심은 포스코의 변화에 내외부의 협조와 노력이 얼마나 병행될 것인가에 있다. 과거와 같은 적대적 감정에서는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 대한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지를 보내는 상당수 국민들의 뜻도 이 같은 배경에 있을 것이다.

다시 철강으로 돌아오면, 포스코는 반세기 역사상 처음으로 획기적인 변화의 발을 뗐다. 포스코와 국내 철강사 모두는 우선 동등한 관계를 정립하고, 동반성장,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의견교류와 논의를 활발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포스코는 보여주기식의 '위드포스코' 정책을 지양해야함은 물론이고, 다른 철강사들도 더이상 포스코 눈치보기가 없어야 할 것이다. 업계 성장을 가로막았던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내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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