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019년 외부와의 교감신경을 작동했다. 11일 마케팅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를 통해서 고객의 불만사항을 직접 듣기로 했다. 운영은 사원에서 차장까지 젊은 직원 20명에게 맡겼고, 보고는 중간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최고경영층에 바로 연결하도록 했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 직후 외부로부터 받았던 러브레터의 2번째 버전이다. 작년 러브레터는 100대 개혁과제를 준비하기 위해 포스코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접수했다.

이번엔 마케팅부문으로 그 범위를 좁혔다. 내부 개혁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업계는 해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케팅부문은 작년 12월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의 물갈이 대상 ‘0’ 순위로 꼽혔다. 외부에서 접수된 불만사항이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고객사를 사슬로 엮고 있는, 포스코의 허브(hub) 역할을 하는 만큼 최 회장의 개혁 행보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곳이기도 하다. 최정우표 개혁의 첫 타깃이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혁신위원회의 출범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최 회장이 개혁의지를 작년에 이어 일관성 있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특히 외부와의 소통에서 중간 관리자를 제외시켰다. 실무 책임자급에 속한 이들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지만 자칫 업무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고객 중심의 개혁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과감한 결정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다른 측면에서 포스코 개혁과제와 미래를 이끌어갈 예비 중역들에 대한 시험대이자 기회를 마련해 준 셈이다. 젊은 운영자들에게는 고객 중심의 가치를 심어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위원회를 공식적으로 구성해 단계를 밟는 속도조절과 세련미를 더했다. 작년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일어났다면 적잖은 후폭풍, 부작용이 있었을 터다. 실제 포스코 내외부에서는 최정우표 개혁에 맞지 않는 인물들에 대한 정리작업(?)이 예고되면서 내부 반발 세력도 나타났다.

이번 러브레터의 성공 여부는 시장의 신뢰와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있다. 포스코가 위원회 출범을 알린 직후 나타난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작년 러브레터가 성과를 거뒀다고 하는데 그 성과는 아무도 모른다”
“젊은 직원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누가 믿고 얘기를 하겠는가”
“결국 최정우 회장의 지지세력 기반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 않나”
“(실적을 만들기 위해) 고객 불만사항을 쥐어짜서 만들지 않겠는가” 등등

이번 마케팅혁신위원회 출범과 함께 정탁 마케팅본부장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 왔던 것들도 Zero-base에서 다시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고,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진정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지 늘 의문을 던지며,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임원을 비롯한 직책보임자들이 솔선수범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포스코는 1월 말까지 고객사를 각각 방문해 마케팅 혁신 의지를 전달하고 위원회를 지속, 변화 관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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