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철 3만톤이 수출된다. 연휴 직전 고철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 메이커의 시장조사가 만들어낸 헤프닝 이었다.

필자에게도 ‘고철 3만톤 수출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찌라시(?) 소식에 현혹되지 말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 이유는 국내와 국제 고철가격을 비교해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일본산 H1&H2 5:5 등급의 동남아 수출가격은 톤당 230달러(CFR, 한화 약 28만원) 수준이다.

한국 경량A 등급 고철이 수출되기 위해서는 야드 출하가격이 톤당 21~22만원 수준을 형성해야 한다. 운송비(내륙 해상)와 상하차(야드 부두) 등 부대비용이 최대 톤당 7만원 가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출업자의 마진을 포함할 경우 야드 출하가격은 더 낮아진다.

반면, 영남지역 제강사의 경량A 등급 구매가격은 톤당 25만원(중상 현금 제강사 도착 기준) 전후로 형성되고 있다. 고철업체 입장에서 수출보다 내수 판매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경인권의 경우 경량 등급 거래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소량의 물량만이 아라뱃길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 과거 수출 전문업체 야드가 당진에 위치해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인다.

영남권에서 고철이 수출되기 위해서는 한두 업체가 아닌 여러 업체의 희생이 동반되어야 한다. 단기에 3만톤의 고철을 모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3만톤 수출이 소문이 왜 갑자기 불거졌을까?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소문의 근원지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 양 제철소의 고철 구매를 대행하고 있다.

포스코의 주먹구구식 고철 구매가 포스코인터내셔널 입장에서도 골치 거리다. 원가절감을 이유로 특정 등급의 고철을 대폭 늘렸다. 갑자기 구매를 중단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4월 13일자로 무기한 고철 구매를 전면 중단한 사건은 역대 메이커 최고의 갑질(?)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의 막무가내 구매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포스코가 고철 구매를 재개하는 순간 안정적인 공급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수출을 검토한바 있다. 포스코의 구매량이 감소해도 수출을 이용해 구좌업체의 공급량을 유지해 주는 방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앞장설 경우 3만톤 이상의 물량 확보도 가능하다. 다만, 비용이 문제로 남는다. 수출을 이유로 동종 철강사보다 낮은 가격에 물량을 구매할 수는 없다. 이 경우 구좌업체를 보호하기 보다 이용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을 위한 추가 비용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부담해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판단뿐이다. 구좌업체 보호를 위해 수출카드를 꺼낼 것인지? 그냥 검토만 했다고 한발 뺄 것인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포스코가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지켜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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