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철강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고철을 주원료로 철강재를 생산하는 제강사 대부분을 ‘담합’ 의심업체로 바라보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담합이 의심되는 철강사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대상업체는 11개사이며, 매출규모는 30조원에 이른다. 과징금은 최고 10%까지 부과될 수 있다. 이에 3조원의 과징금 폭탄이 가능하다. 관련업계는 철근이 3% 대로 책정됨에 따라 고철도 9천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역대 최고액은 2010년 ‘액화석유가스(LPG) 담합’으로 6개사에 6689억원이 부과됐다. 고철이 역대 최고 과징금을 경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심사보고서를 받은 기업들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후 공정위는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해 제재 여부와 방안을 확정한다. 전원회의는 연말 또는 연초에 개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상기업은 11개사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전기로 메이커 대부분이다. 지금은 전기로 가동을 중단한 동부제철(現 KG동부제철)까지 포함됐다. 공정위의 고철 담합 조사 기간이 2006년~2015년까지 10년이기 때문이다.

고철을 대량 구매하는 철강사 중 담합 의심 업체에서 빠진 곳은 포스코와 태웅 2개사 뿐이다. 태웅은 2016년 전기로 가동을 시작해 조사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스코가 빠진 부분에는 관련업계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틸프라이스 윤용선 국장

필자도 포스코가 빠져 있는 부분에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의 고철 구매 시스템은 일반 제강사와 다른 형태로 운영된다.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국내고철 및 수입고철 모두 구매를 대행한다. 계열사 일감 밀어주기 의혹이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포스코 측의 입장이다.

고철 담합의 정황은 과거 고철 구매 담당자들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11개사 구매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다. 이에 관련업계는 철근과 같이 리니언시(기업의 자진신고)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11개사가 어떤 형태로든 연결고리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아무 근거 없이 11개사를 지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포스코가 담합 의심업체에서 제외될 수 있었던 것도 독특한 구매 시스템의 덕을 본건 아닐까? 계열사를 통한 고철 구매로 동종 철강사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철강업계의 악연은 1998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당시 고철 구매 담합으로 11개사, 석도강판 4개사, 컬러강판 3개사 등에 무더기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잊을만하면 공정위의 담합 문제가 불거진다. 냉연강판 강관 철근 등 품목별로 돌아가며 부과되는 과징금에 철강업계는 편할 날이 없다.

만약, 현재의 고철 구매 방식이 담합으로 판정된다면 제강사도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고철 구매 시스템을 벤치마킹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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