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고철이 중국으로 첫 수출됐다. 한국 고철을 처음 접한 중국 수요가의 반등은 ‘띵호와(挺好, 매우좋다)’ 였다. 반면, 국내 시장에선 제강사가 고철 품질에 대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고철업계는 “제강사 고무줄 검수를 공정위에 고발하자”는 격양된 분위기다.

수출과 내수의 분위기가 극명히 나뉘고 있다. 정반대의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는 모습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가격’ 이다. 중국의 등장과 함께 제강사의 고철 구매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부권 중량 등급 최고가격은 톤당 47만원(부두 도착)을 형성하고 있다. 최고 단가를 제시하는 제강사의 구매가격은 톤당 44만원(제강사 도착) 수준이다. 수출용이 3만원이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수출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제강사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다만, 품질은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향 수출 초도 물량은 H형강(빔) 단일품으로 수출되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중국에서 한국산 고철이 일본산 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산 고철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추가 계약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틸프라이스 윤용선 국장

반면, 일부 제강사가 고철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또 다시 검수강화 카드를 꺼냈다. 감량을 통해 고철 구매가격을 낮춰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발생처 물량이 똑 같이 납품되었는데 이전보다 낮은 등급 판정을 받는 고철업계 입장에선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과거 제강사의 ‘기본 감량’이 문제됐던 부분과 맥을 같이한다. 고철에는 이물질이 혼입될 수밖에 없다는 제강사의 논리였다. 가격으로 조정하면 될 것을 잣대도 명확하지 않은 품질을 거론한 것이다.

제강사의 고철 구매가격 인하 노력은 한편에선 이해된다. 원가 상승 분이 제품에 전가되지 못해 수익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밍이 좋지 않다. 한국 고철의 수출 길이 열리는 상황에서 검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제강사 검수기준이 달라지면 고철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과거처럼 강등 감량을 대비해 이물질을 투입하는 것이다. 과거 기본 감량이 있던 시절 스케일(이물질)을 한바가지 넣을 것인지 두바가지 넣을 것인지 고민했던 것과 같다. 또한, 이물질을 넣지 않더라도 좋은(상급) 고철은 납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용으로 공급선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강사의 ‘고무줄 검수’가 고철 수출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인 제공자는 제강사(일부 제강사) 이다. 누구를 탓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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