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풀이] 제강사 이틀을 못 버티고 고철 특별구매

2020-03-05     윤용선 기자

철근메이커 3사가 고철 공급사들의 아우성에 무릎을 꿇었다. 5일부터 고철 특별구매에 나선 것. 한 제강사의 특별구매에 3사가 끌려가는 모양새가 됐다. 고철 물량이 특정 메이커로 몰리니 구좌업체들의 원성이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한번 제강사의 고철 구매가 나 혼자 잘한다고 효과를 볼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이야기는 한국특수형강애서 시작된다. 한국특수형강은 지난 2일 고철 특별구매를 발표했다. 3일부터 5일동안 중량A/B, 경량A, 길로틴 등 일부등급의 고철 구매가격을 한시적으로 인상했다.

최근 한국특수형강은 대만 고객과 빌릿 2만톤을 계약했다. 따라서 하루 4천톤씩 5일만 특별구매를 진행하면 고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또한 이번 빌릿 성약가격은 톤당 420달러(FOB), 바나듐 0.02 Min 조건이다. 고가의 환율에서 선물환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사이 대만 빌릿 가격은 5~10달러 하락했다. 무역업계에선 이번 계약이 공급사 입장에서 상당히 잘한 계약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특수형강은 4월 납기로 되어 있는 이번 계약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싶어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빌릿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고객사가 ‘시황 할인’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둘러 고철 특별구매를 발동해 소재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고철 하루 입고량이 예상치에 못 미치면서 시작됐다.

특별구매 이후 한국특수형강의 하루 고철 입고량이 3천톤 수준에 머문 것이다. 따라서 4천톤이면 5일로 끝나지만 3천톤이면 7일까지 특별구매 기간이 길어진다. 동종 제강사도 길어지는 특별구매 기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쉽게 풀어 보면 “5일은 참을 수 있지만 7일은 못 참는다”는 셈법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이럴 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하듯이 선제적으로 특별구매를 먼저 진행한 한국특수형강이 필요한 물량을 빨리 확보해야 이번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제강사들은 고철 물량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 제일 큰집(?)을 찾아가 SOS를 치기도 했다. 내가 특별구매를 진행하면 국내 고철가격 전반이 올라 갈 텐데 방법이 없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포항항 수입고철 대기물량 2만 3300톤이 오늘따라 왜 그리 많아 보이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