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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고시제 ‘운명의 기로(岐路)’
윤용선 기자 | 승인 2019.09.06

“얼마면 구매가 가능합니까?”

제강사 영업부서 직원이 유통업체에 하는 말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단순히 시황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의사가 있다면 가격을 제시하라는 의미이다.

철근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다. 제강사는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명절에 태풍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철근 전체 재고가 30만톤 중반을 넘어서면서 메이커의 판매의지고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영업활동은 시세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문제는 메이커의 적극적인 영업활동으로 철근가격 고시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철근메이커는 올해 1월부터 철근 판매가격을 ‘고시제’로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의 시장 안착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철근 유통가격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며, 메이커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

9월들어 메이커 고시가격과 유통시세는 톤당 4만원 이상 벌어졌다. 더 이상 원칙마감을 고집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철근가격 고시제 정책도 명분이 약화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및 철근메이커는 올해 수요가 전년대비 5~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철근 수요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시말해 하반기 수요 감소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철근메이커가 수요감소에 대비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현대제철만이 정기 보수기간을 좀더 길게 잡았을 뿐이다. 한국철강 YK스틸 등이 예상치 못한 사고들로 인해 자연감산이 진행됨에 따라 명분은 있다. 그러나 다 지난 일이다. 철근메이커 재고는 과거가 아닌 현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철근메이커가 어렵게 추진했던 철근 판매가격 고시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감산’ 뿐이다. 공급량이 조절되지 못할 경우 고시제 정책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건설경기가 변곡점을 지나 철근 수요 감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감소하는 수요에 대비해 철근메이커가 생존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판매가격 고시제”이다.

오늘 하루 철근을 더 생산하고 팔기 위한 노력이 미래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선 기자  yys@steelpri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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